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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나의 연인

  • 윤또늬 긔여어
  • 2013년 5월 1일
  • 3분 분량

오소쵸로:데비메가

트위터에서 언듯 본 썰 입니다!!

어서와 나의 연인

사랑하면 안되는 존재, 그런 존재가 있다는걸 그때 알았다. 정말로 사랑해서는 안되는 존재를 사랑해버리면 그 벌이 얼마나 큰 것인지도 그때 알았다. 죄는 무거웠고 우리는 그 죄를 치뤘다. 너는 이제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났으니, 어쩌겠는가 있는 힘껏, 너를 사랑해야지

"만지고 싶어, 손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잡아 보고싶어"

달이 크게 뜬 날 밤 평소처럼 멀찍히 떨어져 서로를 바라

보고 있었다. 목소리는 눈물에 젖어 자꾸만 말려 들어갔다.

"..나는 안그런줄 알아? 멍청아!"

아아, 또 이런 말만 나오게 되는 것이다. 좀더 좋은 말을 해 줄 수 있는데 멍청아 바보야 란 말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해주고 싶었는데 이런말만 나온다. 명색에 신이 되어서 악마인 너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다

"..있잖아 쵸로마츠"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는 고개를 들고 조금은 웃어주었다.

"왜?"

"...우리같이 죽을래?"

죽음은 무섭지 않다. 단지 너의 얼굴을 더 이상 보지 못하는게 가장 마음이 아플 뿐이다. 물론 네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알고 있다, 허나 다시 환생한다고 해도 너와 내가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다른 세계에서 태어날 수도 있고 아주 먼 곳으로 따로 따로 환생할 수도 있다. 심하면 가족일 수도 있다. 또 이 때의 기억을 가지고 환생하지 못하면 같은 곳에서 태어난다고 해도 스쳐지나가는 일이 생길수도 있다.

“...싫어”

“왜?”

“같은 곳에 태어날 수 있을까? 자칫하면 다른 세상에 떨어질 수 있어. 또 심한 경우에는 가족으로 태어날 지도 모르지 만약 운이 좋아서 같은 곳에 태어난다고 쳐도, 기억하지 못하면? 너를 사랑하기 위해 만났는데, 기억이 모조리 사라져서 너를 기억하지 못하면 죽어버린 의미가 없잖아..”

오소마츠는 말이 없었다. 허나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신이고 이 녀석이 악마라 해도 다음생에 무엇을 태어날지 알 수 있는 권리, 있을 리가 없다. 내가 내놓은 답은 하나였다. 평생 잊을 수 있을지, 좋은 추억으로 남을지는 미지수 이지만 내가 내놓은 답에 오소마츠 또한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마지막은 웃는 얼굴로 말하고 싶어 잘 올라가지도 않는 축 처진 입꼬리를 한껏 올리고는 입을 떼었다.

“차라리 우리 이제 만나지 말자, 서로를 기억 속에 묻고 종종 꺼내서 추억하자. 우리 딱 그것 만 하자, 더 이상 만나지 않으면, 우리는 오래 사니까, 언젠가는 이 마음도 식을 꺼야, 물론 자신은 없지만”

잊을 수 있을 리 없다. 이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죽기는 싫었다.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그 희박한 가능성에 우리가 사랑했다는 사실을 걸 수 없다. 사랑했던 사실만을 남겨 놓자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쵸로마츠”

오소마츠는 검지로 코 밑을 쓱 문지르며 웃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지만 입꼬리 만은 확실하게 올라가 있었다.

"내가 어떻게 너를 잊어, 만약 네가 잊으면 내가 다시 떠올리게 해 줄게 그럼 네가 다시 나를 사랑하면 되는 거야, 물론 잊으면 조금 상처겠지만"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오소마츠는 팔을 벌렸다. 당장이라도 그 속에 들어가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나는 너를 기억할 꺼야, 애초에 너를 만나지 않으면 나 죽어버릴 거라고?"

어쩌면 나 역시 그럴지도 하지만 역시 자신이 없다. 나중에 태어나서도 너를 기억할 자신이

"...바보같은 고민 그만하고 이리와, 내 애인 내가 맘대로 안아보지도 못하는데 뭐가 손에 잡히겠냐,"

신은 유혹에 강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그렇게 배웠다. 또 그렇게 믿어왔는데, 악마의 유혹에 흔들리고 만다. 아니 악마라서 홀리기 보다는 내가 사랑해서 홀렸다고 하는 쪽이 훨씬 맞는 답이겠지 빨아지듯이 한걸음 오소마츠에게 다가섰다. 이제 거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좁혀져 있었다.

"우리 다음생에 태어나면 섹스라도 할까?"

"미친놈"

팔을 뻗어 오소마츠의 손을 잡았다. 생각했던 대로 따듯하고 크고 부드러운 손이였다. 손가락이 얽혀갔다. 사이사이에 오소마츠의 손가락이 파고들어 만족감을 느껴졌다.

"헤에? 이제 각오가 선거야? 역시 답답하다니까~"

"시끄러워"

"그래도 그런 점까지 모두 사랑해"

"..나도"

오소마츠가 잡아당기자 긴장이 풀린 내 몸은 쉽게 끌려 그 품에 안겼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바로 귓가에 전해져, 피식 하고 웃음이 났다. 지도 무서운 주제에 강한 척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사랑해 쵸로마츠"

말을 하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희미해져갔다. 소멸이 시작되고 있는 거겠지 점점 투명해져 뒷배경이 비칠 지경까지 되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조금이라도 더 보면 다음생에 희미하게 나마 기억이 남을까봐 오래토록 눈에 담았다. 눈을 깜박이는 시간마저 아까워서 눈을 부릅뜬채 눈물만 흘렸다.

"사랑해, 오소마츠,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다. 부끄러워도 말 할 걸, 조금이라도 더 말해줄걸. 지금에와 후회해 봤자 돌이킬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작은 고백에도 오소마츠는 만족하는 것인지 허리를 꼭 끌어안고는 입 모양으로 '나도'라며 벙긋거렸다.

***

2016년 0월 00일

아마 인간의 시간으로 따지면 100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그날, 너와 나는 동시에 소멸해버렸지만 나는 악마라는 죄가 있기에 악마로 다시 태어나고 말았다. 그렇지만 너는 인간으로 태어났을 것이다, 그 긴 시간동안 너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내었다. 똑같이 생긴 쌍둥이가 5명이나 더 있는 집의 셋째로 태어난 20살의 성인 남자, 신이었을 때처럼 축 처진 입꼬리와 잔털 하나 없이 정리된 머리카락 유난히도 작은 동공, 우습게도 이름조차 쵸로마츠인 너를 찾아내었다.

"안녕?"

"누구세요?"

"나? 니 남편 될 사람"

"그딴거 안키웁니다, 썩 꺼지세요"

나의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약속 했으니까, 네가 날 기억하지 못해도 내가 널 기억할 것이라고 내가 더 많이 사랑하다보면 언젠가, 너는 나를 사랑해 줄 너니까

"나 기억안나? 전생에 애인인데, 다음생에서 만나면 나랑 섹스 해주기로 했잖아?"

"말 하는 꼬라지가 저희집 장남하고 똑같네요, 재수 없으니까, 빨리 꺼, 아니 꺼져주세요"

말투마저 그대로라 웃음이나왔다. 손을 뻗어 너의 뺨을 쓰다듬었다. 손 끝에 닿는 감각이 부드러웠다. 이제 만질 수 있구나

"저기요, 그쪽 울고 있는데, 기분 나빠요. 남의 볼 만지고 감격스럽다는 듯이 울기나 하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 손수건을 내밀어주는 네가 사랑스러울 뿐이다.

"응? 그래, 아마도 너를 다시 만난게 기뻐서 그럴꺼야"

다시 만나서 반가워, 나의 하나뿐인 연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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