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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

  • 윤또늬긔여어
  • 2016년 3월 13일
  • 3분 분량

쵸로이치 전력참가

「숙취」

_나는 취한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이건 숙취다. 단지 술이 불러일으키는 착각

*

비어고글이란 말이 있다. 'beer goggles' 술을 마신 채 상대를 보면 상대가 실제보다 잘생기거나 예뻐 보이는 듯한, 시각적인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이다. 나도 지금껏 같은 경험을 여러 번 본적이 있다. 술을 마시게 되면 그저 그랬던 이성까지 예뻐 보여 쓸 일 없던 돈까지 쓰는- 말하기는 부끄러운 경험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건 이성에게만 해당되는 거 아니었나? 같은 남자까지, 잘생기거나 멋진 것도 아니고 예쁘고 야하게 보일 수 있냐는 말이다. 그것도 같은 형제를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바로 밑의 쌍둥이 형제에게 야하다는 감정이 드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게 계속 물었지만 답은 이미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 녀석이 이렇게 예뻐 보이는 것은 내가 근친 호모새끼가 된다는 말이니까

이치마츠는 유난히 술이 약했다. 한잔이라도 센 것을 마시면 금방이라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혀가 꼬이는 것은 기본일 정도로 다행이도 술버릇은 그대로 잠들어버리는 얌전한 것이지만 평소 까칠했던 녀석이 술을 마시면 그나마 좀 너그러워 진다. 그것을 보는 것도 형제들의 일종의 유희였을 정도로 갭을 자랑하는 녀석,

그리고 지금 곤란한 것은 그 까칠한 녀석이 우연히 옆에 앉은 내 어깨를 베고 곤히 잠들어버렸다는 것, 이상하게도 동생들에게는 기대지 않는다. 쌍둥이지만 나름의 위계질서에 대한 생각은 박혀있는 터라 자신이 형이라는 자각은 있는지 동생들에게는 어깨를 빌리지 않고 늘 형들에게 어깨를 빌리곤 했다. 평소 같으면 카라마츠 녀석인데 오늘은 왜 하필 나일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술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어깨에 곤히 머리를 기대고 잠든 이치마츠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히키코모리 같은 생활을 하는 녀석이지만 살과는 거리가 먼지 옆구리에 닿아오는 어깨도 뼈가 툭 튀어나와 조금 아프게도 느껴졌다. 그만큼 이치마츠는 살이 없다. 하지만 어깨에 느껴지는 감각은 성인 남자라고 하기에는 많이 가벼운 것이 사실이었다. 피부도 하얗고 마르고 속눈썹도 긴 것이 마치 여자 같다. 하얗고 조금은 창백한 얼굴선에 시선을 두고 훑어 내려가다 보면 피부와는 대조되는 붉은 입술에 시선이 걸린다. 키스하고 싶다.

"끅"

내가 무슨생각을 하는 거야?

남동생에게 키스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단단히 미친것이 분명하다. 아니면 정말로 심하게 취했거나. 내 소리에 토도마츠는 갑자기 딸꾹질을 했다면 야한생각하냐고 놀려 대었다. 평소 같으면 드라이 몬스터라며 학을 뗐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여유가 되지 않는다. 정말로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얼마안가 날려버릴 정도로 이치마츠의 입술은 탐스러워 보였다. 마치 잘 익은 앵두 같았다. 표현이 서툴러 여기까지 밖에 할 수 없지만 여튼 꿀을 발라 논 붉은 계열의 과일을 닮았다. 당장이라도 한입 먹어버리고 싶다.

내가 취한 게 분명하다.

"나, 이치마츠 취한 것 같으니까, 집에 데려다주고 올께"

"그렇다면 내ㄱ"

"가만히 있어"

잠든 이치마츠의 팔을 어깨에 두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잔뜩 취해 배틀거리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내가 커버할 수 있으니 괜찮다. 가느다란 몸을 내게 의지시킨 채 걷는 것도 한 계획에 포함되는 것이다. 정말로 이치마츠의 몸은 가벼웠다. 이정도면 내가 업어가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이치마츠를 업었다. 묵직하긴 하지만 남자치고는 가볍디 가벼운 몸이다. 이 녀석 정말로 여자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여자였으면 좋을 텐데.

"...쵸..로마츠..."

타이밍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하라면 지금당장 골목에 끌고 가 키스 할 수도 있다 는걸 알고나 그러는 건지, 취해 힘이 없는 이치마츠를 제압하는 것은 어린애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이성의 끈이 아슬아슬한 상태에서 이치마츠의 잠꼬대는 멈추었다. 조금만 더 내 이름을 불렀다면... 나조차도 뒷일을 모르겠다. 정말로 술 취한 애를 어떻게 해버릴 것만 같다.

포장마차에서 얼마 멀지않은 집은 금방 도착했다. 어두운 방에 이불을 펴고 이치마츠를 눕히자 이치마츠는 갓 태어난 아기처럼 이불을 끌어안으며 새근새근 잠들었다. 그 옆에 잠시 누워 아까의 얼굴이 착각이기를 바라며 찬찬히 얼굴을 뜯어보았다.

역시 피부는 새하얗고 속눈썹도 길다. 아까와 다름없이 야하고 예쁜 얼굴이다. 찬찬히 뜯어보던 시선은 다시 입술로 흘렀다. 촉촉해 보이는 입술이 아슬아슬하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으면 바로 덮칠 것 같다.

"...쵸로마츠형아..."

아. 참을 수 없다. 나는 취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그래 이것은 숙취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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