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 윤또늬긔여어
- 2016년 3월 13일
- 2분 분량

*이치른 전력글입니다.
「다섯째」
'나는 마츠노가의 다섯째, 즉 오남, 마츠노 쥬시마츠 엄청 건강해'
이것은 모두 옛날이야기, 지금은 아닌 이야기.
쥬시마츠가 병들게 된 것은 정확히, 그날이었다. 쥬시마츠를 쏙 빼닮은 개나리꽃이 자라는 봄날, 그날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에게 마음을 고백했다. 원채 숨기는 것을 못했던 탓에 온몸으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정식으로, 입에 품고 있던 웃음을 지우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것은 처음이었다.
"형아,"
"응 쥬시마츠"
이상하게도 쥬시마츠에게만 친절했던 이치마츠는 잘 보여주지 않는 햇살 같은 미소를 뿌리며 대답했다. 그 미소에 쥬시마츠는 새롭게 설레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형아, 좋아해"
"나도"
진심이었지만 이치마츠는 그 말에 피식 어쩔 수 없다는 웃음을 떨어뜨리고 나지막이 대답하며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행동은 쥬시마츠는 두근거리는 심장이 뚝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잡고 유치하지만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이치마츠의 손바닥 위로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이 느껴졌을 때, 이치마츠는 깨달았다. 이것은 장난도 아니고 형제로써 좋다는 말도 아닌 것을,
"나는 형이 좋아, 그런데..."
늘 동그랗게 뜨고 다니는 쥬시마츠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이치마츠의 소매를 적셨다.
"어 내가 왜 이러지.."
자신의 변화에 스스로가 놀라 소매로 눈가를 벅벅 닦아내었다. 어렴풋이 쥬시마츠 또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다음 이치마츠의 입에서 나올 대답을
"...미안"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의 가슴에 놓인 손을 끌어다 후드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쥬시마츠의 마음에는 답해 줄 수 없다. 그럴 것이 형제였다. 그 형제라는 틀을 버리는 것은 형제들이 가장 중요한 이치마츠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일이었다. 자기 스스로의 마음에게 물어보아도 쥬시마츠와 같은 맘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귀여운 동생, 그것뿐인 것이었다. 쥬시마츠와 같은 맘이 아닌 이상 어찌되었든 쥬시마츠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였다. 자신의 동생에게는 절대로 상처를 줄 수 없다고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그날부터 늘 팔팔하던 쥬시마츠는 병들어갔다. 밥을 거르는 것은 기본이었고 그렇게 좋아했던 야구연습도 하지 않은 채 집에만 틀혀박혔다. 그렇게 쥬시마츠는 하루하누 병들어갔다. 어떤날은 이틀 삼일씩 잠만 자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형제들은 걱정하며 쥬시마츠의 곁을 살폈다. 가장 쥬시마츠와 친했던 이치마츠는 절대 쥬시마츠의 곁에 가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죽은 사람처럼 쥬시마츠는 살아갔다.
"이치마츠, 똑바로 말해. 쥬시마츠를 피하는 이유가 뭐야"
쥬시마츠가 없는 식사자리에서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형제들이 시선은 모두 이치마츠에게 쏠렸고 이치마츠는 먹던 젓가락을 곱게 식탁에 내려놓은 채 고개를 숙였다. 이치마츠는 쥬시마츠가 아픈 이유를 알고 있었다.
"...말해줄 수 없어"
그럴 수밖에, 가장 아끼던 동생이 자신을 다른 눈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이 이치마츠에게도 충격이지만 나중에 혹여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운 채 깨어났을 때 형제들이 쥬시마츠에게 보낼 시선들이 싫기 때문이다. 쥬시마츠는 이상한 채, 그대로가 가장 좋다. 약간 철부지 같은 쥬시마츠의 행동을 형이나 동생이나 상관하지 않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했는데 그 시선 속에 다른, 사람에 따라 혐오스러운 눈빛이나 걱정 가득한 눈빛 그런 눈빛으로 보여지는 것이 싫었다. 그도 그럴 것이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에게 가장 소중한 동생이었으니까.
"말해"
오소마츠는 보기 드문 진지한 모습으로 이치마츠를 추궁했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탓이었다. 쥬시마츠의 이름의 알 수 없는 병의 이유는 이치마츠에게 있다고
"...싫어"
이치마츠가 반항을 하자 오소마츠는 화가 난듯 그 자리에서 일어나 이치마츠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고개 들어"
푹 숙인 이치마츠의 턱을 들어 눈을 맞췄다. 그런데 늘 나른하게 반쯤 감긴 눈에는 가득 눈물이 괴어 있었다.
"시발, 내가 어떻게 말해., 나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내가 쥬시마츠 마음을 안 들어줘서.. 나 같은 쓰레기를 좋아해서 이렇게 됐다고.. 내가 어떻게..."
발악하듯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손아귀를 벗어났다. 잠시 동안의 정적. 방바닥에는 이치마츠의 눈물로 생긴 얼룩이 말라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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