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평범한 형제처럼

  • 윤또늬긔여어
  • 2016년 3월 17일
  • 4분 분량

「평범한 형제처럼」

*카라이치

마츠노가의 육쌍둥이, 흔하지 않지만 그 내면은 지독히도 평범한

그랬으면 좋았을 이야기

"브라더? 오늘 왜이리 우울해 보이는가?"

어깨에 익숙한 팔이 목에 감기듯 닿아왔다. 강하게 죄이지는 않지만 답답하다 싶을정도 무겁게 느껴진다. 이상할 정도로 무거운 이것은 팔의 무게가 아니라 마음의 무게. 내가 가진 감정이 형체를 띄고 나를 죄여왔다.

"알것 없잖아"

일부러 퉁명스럽게 답한다. 그리고 지금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 뒤늦게 수습하려고 입을 열어도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방에는 단 둘, 다른 형제들도 오늘은 약속이 있다고 나갔으니 오늘은 늦게야 들어올 테니, 오늘 이 방은 오직 우리 둘만의 것 이런 방에서 혀에 가시를 바른다면 다음에 올 말을 확실히 알고 있다.

"말 안해?"

방금과는 다른 가라앉은 목소리이다. 이 사람이 내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에는 조건이 필요하다. 집에 아무도 없을 것, 그리고 내가 까칠하게 나올 것. 불행히도 나는 방금 모든 조건을 충족해버린것이다. 그냥 방에서 잠이나 잘걸, 왜 깨어 있어서, 아니,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태어나지 말걸, 왜 태어나서

나보다 굵은 팔뚝이 뱀처럼 기어와 내 목을 조였다. 아 또다시 시작이다. 이번엔 정말로 죽여줬으면 좋겠는데

기세 좋게 내 목을 조르던 손은 어김없이 옷 속을 파고들어 생 피부를 꼬집었다. 몸 여기저기 나에 대한 배려라고는 찾을 수 없는 강도로 마치 내 피부를 뜯어버리려고 마음먹은 사람처럼 정말로 살이 뜯겨 나가, 앙상한 뼈만 남는 다면 너에게 약간의 죄책감을 실어줄 수 있을까,

"말해, 이치마츠"

카라마츠는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가에는 가시가 가득하다. 조금이라도 내면을 옅보려고 눈을 바라본다면, 가시에 찔려 죽을 것 같다. 네 눈에 가시에 찔려 죽는다면 나는 행복할 것 같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가시도 나의 죽음도 내가 만든 허구에 불구하다. 나는 죽을 일이 없고, 저 날카로운 눈에 정말로 가시가 달려 있을 일도 없다. 단시 나는 죽어 있었다. 오래전부터 저 눈에 가시가 아니라. 내 마음에 내 감정에 무게에 깔려 죽어있었다.

"무슨 생각을 한거야?"

어느새 옷은 가슴께 까지 올라가 있다. 맨살에 닿은 방안의 공기가 생각 했던 것보다 쌀쌀해서 소름이 돋아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입은 열지 않는다. 대답할 생각 같은것도 없다. 내 입으로 내놓기에도 너무 한심한 말이었다.

내가 '마츠노' 이치마츠가, 형을 '마츠노' 카라마츠를 좋아한다는 것을, 어떻게 내 입으로 내놓겠는가. 늘 자신 멋대로 몸을 요구해 오는,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주먹부터 쓰고 보는 이 사람을, 나는 절실하게 사랑하고 있다.

입을 꾹 닫고 있었더니 입 안으로 손가락이 들어왔다. 이를 앙 다물고 있어도 내 턱의 힘보다 카라마츠의 손힘이 더 센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입안을 가르고 들어온 손가락은 날카롭게 손톱을 세워 입안을 할퀴었다. 혼자만이라도 다치지 않으려 본능적으로 몸을 숨긴 이기적인 혓바닥은 이미 할퀴고 지나간 곳을 핥았다. 늦은 배려이다. 혀끝으로 비릿한 맛이 감돌았다.

입안도 마음도 너덜너덜하다.

내 걸레짝 같은 상태의 원인은 너다. 내 마음은 온통 네가 쥐고 흔들었다.

"말해"

아, 망했다. 목소리가 아까보다 더 깔렸다. 오늘, 목욕탕은 포기해야겠다. 어느새 손은 바짓속에 들어와 있었다.

".하...지마..."

"싫어?"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꾸역꾸역 말했지만 오히려 화를 돋우고 말았다. 나 같은 쓰레기는 학습능력도 없는 것인지 똑같은 일을 번복한다. 이번에도, 아마 다음에도 그럴 것이다. 나를 범하려는 손을 거부하고 결국 죽지 않을 만큼 맞을 것이 분명하다. 아픈 건 싫다. 카라마츠가 나를 아프게 하는 건 더 싫다. 나를 사랑해줬으면 한다.

내가 부서져야만 이 사람은 내 사랑을 알아줄까

나는 이 사람이 무섭다.

"미안해 이치마츠"

잠귀가 밝은 탓인지 한바탕 일을 치룬 뒤 지쳐 잠들었음에도 낮게 말하는 소리에 잠을 깨버렸다. 입술위로 내려앉는 감각이 서글프다. 차마 내가 깨어날까 깊게 입 맞추지도 못한 채 찢어진 입술 위만 할짝이는 것을 알고 있다. 자는 척 하는 나를 안고 몇 번이나 울었는지도 모른다. 화가 났을 때의 카라마츠와 지금의 카라마츠가 같은 사람일까, 궁금할 정도로 다르다. 하지만 서럽게도 나는 양쪽 다 사랑한다. 그렇기에 나를 범하려는 손길도 지금 나를 안아오는 손길도 떨쳐낼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카라마츠에게 모질지 못하다.

혹여나 나로 인해 상처받을 까봐

잔인하게 나를 상처 주는 이 사람이 상처받을까봐 응석을 받아주는 병신이다

축 쳐진 나를 안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우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무리 카라마츠를 사랑해도 내 사랑은 닿을 수 없다. 그런것을 알기에 지금의 카라마츠에게 이 순간만 응석을 부린다.

"자꾸 그렇게 병신같이 구니까 나 같은 쓰레기도 착각하게 되잖아"

잔인하려면 확실히 잔인했으면 좋겠다. 강간한 상대를 두고 질질 짜는 바보가 세상에 어딨냐며 속으로만 카라마츠를 타박한다.

"아프게 하지마"

친절할거면 확실히 친절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눈빛을 바꿔가면서 나를 범하지 마라, 그 눈빛에 나는 작아진다. 울고 싶어도 그 눈 밑에 난 가시가 나를 찌를까봐 나는 울지도 못한다.

"무섭게 하지마"

카라마츠가 나를 다룰 때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나는 딱 거기까지 인가 싶어서.

하지만

"그렇지만 좋아해주지 않을거면 적어도 울지는 말아야지,"

그 뒤에 나 몰래 흘리는 눈물의 정제를 모르겠다. 하나만 해줬으면 한다. 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니 내 불쌍한 감정이 헷갈리지 않게 하나만 했으면 좋겠다.

카라마츠의 머리를 감싸 안고 울었다. 바보같이 품안에 카라마츠를 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뛴다. 방금까지 그렇게 당해놓고 온몸이 멍투성이이면서도 그 멍을 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 이렇게 손에 잡히기만 해도 두근거릴 만큼

"...이치마츠?"

"왜"

놀란 듯 나를 떼어내고는 나를 응시했다. 봐, 넌 또 그런 눈으로 보잖아. 역시 오나홀에 불과한 나 같은게 이런 말을 하니 역겨울 것이 분명하다. 할 수만 있다면 귀를 뜯어내고 싶다. 혐오가 담긴 네말은 아무리 상처입어도 듣기가 힘들다. 그 아픈 말을 들을 바에는 귀를 뜯어버리는게 덜 아플 것 같다. 아픈건 싫다. 그래서 이왕 아플 거라면 나는 덜 아픈 것을 선택한다.

카라마츠는 입을 열었다. 듣기 싫지만 지금 귀를 막을 손은 없다. 그러니까 눈을 감아버린다. 분노로 가득 찬 네 표정은 생각이상으로 견디기 힘들다.

"...진심인가?"

나를 옭아매었던 사슬 같은 팔이 나를 안았다. 아까와는 달리 정말 따듯하게 나를 안아서 눈물이 난다. 이렇게 친절하게 안녕을 고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달콤한 것은 언제나 몸에 나쁘듯 달콤한 말로 속여서 나를 상처 입힐 거라면 차라리 내 몸을 갈기갈기 찢을 정도로 날카로운 말을 던져줬으면 했는데, 얼마나 나를 울려야 이 사람은 만족하는 것일까.

"..혹시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억지로 너를 안았다. 우울한 모습이,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생긴 건가. 그대로 나를 떠나버리면 어쩌나 싶어서... 무서워서 너를 가뒀는데....."

말끝을 흘렸지만 깊게 다가온다. 흐리게 젖은 말은 빗물처럼 내 맘에 쏟아져 스며들었다.

"미안하다. 좋아해서..."

이 얼마나 바보 같고 순수한 사람인가. 미안과 좋아한다. 이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한 번에 뱉을 수 있는 바보는 내 곁에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늘 나를 범하는 사람, 그러고도 나를 안고 우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나의 형제

-끝-

댓글


 THE ARTIFACT MANIFAST: 

 

This is a great space to write long text about your company and your services. You can use this space to go into a little more detail about your company. Talk about your team and what services you provide. Tell your visitors the story of how you came up with the idea for your business and what makes you different from your competitors. Make your company stand out and show your visitors who you are. Tip: Add your own image by double clicking the image and clicking Change Image.

 UPCOMING EVENTS: 

 

10/31/23:  Scandinavian Art Show

 

11/6/23:  Video Art Around The World

 

11/29/23:  Lecture: History of Art

 

12/1/23:  Installations 2023 Indie Film Festival

 FOLLOW THE ARTIFACT: 
  • Facebook B&W
  • Twitter B&W
  • Instagram B&W
 RECENT POSTS: 
 SEARCH BY TAGS: 
  • Twitter - Black Circle

© 2023 by The Artifact. Proudly created with Wix.com

  • Twitter - White Circle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