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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주

  • 윤또늬긔여어
  • 2016년 3월 13일
  • 2분 분량

쵸로이치

쵸로이치 전력 참가

나의 우주

나의 좁은 세상에는 꼭 나 만큼의 우주가 있다. 초록빛으로 빛나는 그 상냥함에 나는 녹어버리곤 한다

*

항상 죽고싶었다. 언제든지 기회만 있다면 칼로 내 손목을 그을 수도 있고 높은 곳에서 몸을 내던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 살을 내가 찢어도 깊게는 찌르지 못하고 옥상에 올라가도 떨어지지는 못하고 되돌아 오기만 여러번이였다. 물론 세상에 미련은 없다. 하지만 나를 살도록 지켜준 사람은 내 바로 위의 형이였다

*

"...이치마츠. 손목 줘"

쵸로마츠는 구급상자를 들고와서 이치마츠를 바라보며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내밀어진 이치마츠의 손목에는 옅고 긴 칼 자국이 여러개 나 있었다. 한숨을 폭 내 쉬고는 쵸로마츠는 소독약과 연고를 꺼내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어떻게 보아도 자해의 흔적이 분명한데 쵸로마츠는 아무렇지 않은듯 치료에만 전념했다 그 체념한 표정에는 약간의 슬픔이 섞여있었다. 치료를 끝낸뒤 쵸로마츠는 나직히 이치마츠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이치마츠"

그 부름에 대답은 없었다. 앞에 앉이 이치마츠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위축된 자세로 눈치를 살폈다. 쵸로마츠는 팔을 뻗어 이치마치를 제 품안에 가뒀다. 살이 붙지 않은 마른 몸의 툭 튀어나온 뼈가 부딪쳐왔지만 쵸로마츠는 인상하나 변하지 않고 그저 이치마츠를 안았다. 서툰 손길이 이치마츠의 결이 좋지 않은 머리카락 속을 헤집었다.

"이치마츠"

단지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그 젖은 목소리가 단말마의 비명처럼 이치마츠의 귀를 뚫고 들어왔다. 다친 사람은 이치마츠일텐데 울먹이는 사람은 쵸로마츠였다.

"...꼭 그래야 겠어?"

물음에 이치마츠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을 끌어안은 품에 더욱 기대며 눈을 감았다. 시각이 차단되자 다른 감각이 생생이 살아움직였다. 쵸로마츠의 심장이 불안정하게 뛰는 소리가 전해져 왔다. 이치마츠는 자신을 안고 있는 쵸로마츠의 옷을 잡았다. 안심시키려는듯 보이지만 쵸로마츠에게는 그저 작은 움직임을 뿐이었다. 더욱 세게 이치마츠를 품에 안았다.

*

내가 살아갈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이유는 이렇게 나를 잡아오는 형 때문이다. 나를 세상과 연결시키는 유일한 끈인 쵸로마츠형. 형의 어깨에 더욱 기대었다. 나의 상냥한 쵸로마츠 형

형이 들으면 안되는 비밀이 있다. 나를 세상에 묶어두는 끈은 물론 나를 세상에 떨어뜨리려는 칼 또한 형이 들고 있단걸 그저 형제로서 상냥함을 배푸는 형과 달리 나는 형에게는 좀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 사실을 역겨워할까봐 형 곁을 떠나고 싶지만 한번만 이라는 욕심이 나를 묶어놔. 그렇다고 미안해 할 필요 없어 내 멋대로 사랑해 버린 거니까 사랑해 나의 작은 우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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