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주머니
- 윤또늬긔여어
- 2016년 3월 13일
- 10분 분량

[카라이치:검도궁도]
「마음 주머니」
"이치마츠 오늘 학교 올 생각 하지마"
"...왜..?"
피식 웃는 이치마츠를 당장이라도 쥐어 패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아픈 애를 때리는 취미는 없다며 카라마츠는 주먹을 꽉 쥐며 화를 눌러 참았다. 코 안 가득, 아니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특유의 냄새를 눈치 채고 있는 지 아닌지 평소보다 더 진하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매혹적이라 평소의 카라마츠였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일을 치루고도 남았지만 오늘은 히트사이클, 오메가에게는 치명적인 날이었다.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바로 임신, 이런날에 학교를 온다는 건 오메가로서는 강간을 각오하는 일이기에 마침 약도 떨어져 버려 몸도 아프다는 핑계로 카라마츠는 멋대로 이치마츠의 결석계를 내버린 것이었다. 평소 카라마츠의 말은 죽어라고 듣지 않는 이치마츠이지만 적어도 자기 몸을 생각한다면 오늘만은 집밖으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카라마츠는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그리고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음을 잠시 후에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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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으로 궁도부실 문 앞에 달어 온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발걸음을 돌리려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살짝 문을 열어본 광경은 카라마츠로 하여금 분노를 끌어내기에 충분한 풍경이었다. 어느 한곳에 중심적으로 모인 여러 사람들과 그 사람들 속에 파묻힌 이치마츠는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상처가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병원에 실려 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몸 구석구석에 멍이 들어 있었다.
"..씨발,, 놔..!"
"지랄하고 있네, 강간해달라고 온 거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오메가가 힛사때 약을 안 먹고 올 리가 없잖아?"
거세게 저항하는 이치마츠의 멱살을 잡히자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이치마츠에게 주먹이 쏟아져 내렸다.
"저 시발 새끼들이 감히 누구 거를..."
카라마츠는 당장에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궁도부원들은 카라마츠의 등장에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우고 공포에 질린 표정이 되었다. 조용한 공간속에는 화가 난 카라마츠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만이 울려 더욱 공포감을 조성하였다,.
"병신이냐?"
의외로 카라마츠가 주먹을 휘두른 곳은 이치마츠를 강간하려는 사람들이 아닌 당하고 있던 이치마츠 쪽이었다.
"진짜 강간 당하고 싶었던 거야? 내가 집에 똑바로 박혀 있으라고 했지? 왜 사람 말을 안들어 쳐먹냐,"
한쪽 발로 이치마츠의 사타구니를 지그시 ㅂ밟으며 내려다보는 카라마츠의 시선은 싸늘했다. 그러나 이치마츠는 오히려 여유로웠다.
"..병신, 내가 왜 니말을 듣냐"
"넌 내꺼니까"
"좆까고 있네.. 언제부터 내가..."
처음에는 여유롭게 웃음을 짓던 이치마츠는 점점 무개를 실어 짓눌러오는 카라마츠의 의해 눈살을 찌푸리며 고통을 참으려는 듯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나 하나로는 부족했던 거야?"
"그렇게 강간당하는 게 좋아?"
"완전 걸레 새끼네,"
"임신해도 상관 없는거지?"
자세를 낮춰 무릎으로는 이치마츠의 사타구니를 찍어 내리고 양 손으로는 가느다란 목을 졸랐다. 천천히 고통을 늘려가면서 입으로는 계속해서 거친 말을 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존심 강한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치마츠는 신음을 참으려 깨문 입안이 터져 피가 흐는 도중에도 씩 웃어 보이며 한 음절 한 음절 힘들게 띄워 말을 이었다.
"...상,관..없어,..."
이치마츠는 말을 마친 후 키득 웃어 보이며 카라마츠의 얼굴에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카라마츠를 올려다보았다. 작게 욕을 하며 얼굴을 닦아 낸 카라마츠는 이성이 끊긴 듯 이미 헤집어진 이치마츠의 바지를 벗겨 내리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손가락을 이치마츠의 안으로 집어넣었다. 평소 같았으면 작은 반항이라도 하는데 히트사이클 때문인지, 아님 방금 강간을 당할 번한 탓인지 힘이 쭉 빠진 듯 아무런 저항조차 없었다. 그저 간간히 고통에 젖은 신음만을 흘릴 뿐이었다.
"정말로 임신.."
일방적인 성 행위중인 카라마츠를 누군가가 뒤에서 잡아 세웠다.
"시발, 누구ㅇ...오소마츠?"
"헤에? 카라마츠, 좋아하는 상대는 소중히 다뤄줘야지-"
"미친 소리 하지마, 내가 누굴 좋아해?"
"거짓말, 그럼 잠시만 이 꼬맹이 데려간다?"
갑자기 나타난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안에서 아파하고 있는 이치마츠를 들쳐 메고는 빠른 속도로 부실을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혼자 남은 카라마츠는 따라 나가지도 않은 채 이치마츠의 타액으로 젖은 손가락을 털어내었다.
이치마츠를 들쳐 업은 오소마츠는 학생부실로 가 이치마츠를 의자에 앉혀놓고 정성스레 약을 발라주기 시작했다. 아까의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도 여유롭게 웃어보이던 이치마츠는 닿아오는 약품은 아픈지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을 흘렸다.
"아파?"
"...응"
"카라마츠가 좋아?"
"...."
말 안하는 구나-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의 얼굴에 난 상처를 쓰다듬으며 작게 중얼거리다가 이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임신해도 상관없으면,"
그리고 손으로는 상처가 가득한 맨 가슴을 쓰다듬었다. 손은 자유롭게 이치마츠 위를 떠돌고 있었으나 눈동자만은 이치마츠에게 똑바로 향해 있어 그 눈빛이 도리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흔들림이 없었다.
"나랑 잘래?"
오소마츠는 씨익 웃어보이며 이치마츠에게로 팔을 들고 다가섰다. 이치마츠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체념의 쓴웃음을 짓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맞는 고통은 전혀 오지 않았고 슬쩍 뜬 이치마츠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소마츠의 넒은 가슴 뿐 이었다 오히려 따듯하게 안아오는 오소마츠에 이치마츠는 힘도 들어가지 않는 팔로 오소마츠를 밀어냈다.
"..나는 싫은거야?"
잠시 오소마츠의 얼굴에 슬픈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바로 지워버리고는 아까처럼 웃어보였다.
"역시, 카라마츠가 아니면 싫은건가.."
이치마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는 그 모습에 한숨을 푹 내리 쉬고는 어깨에 담요를 둘러주었다.
"소문으로는 아무나하고 잘 하고 다닌다던데?"
"그 새끼 빡치게 하는 재미가 있거든"
"아, 그거 인정"
오소마츠와 이치마츠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때 학생부실의 문이 열리고 그 자리에는 카라마츠가 땀에 절은 채 서 있었다.
"건들이지마"
"한번 건드려 보려고 했는데 안 넘어오네,"
오소마츠는 여유롭게 웃으며 카라마츠에게 착하게 대해주라는 말만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방금까지 가벼운 분위기였던 공간은 카라마츠의 등장으로 날카롭게 변하여 이치마츠의 숨통을 조여 왔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 선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멱살을 틀어쥐고는 이마를 맞대었다.
"저 새끼가 뭐라고 했냐?"
"...비밀"
"진짜, 죽여 버린다. 넌 내 거라고 했지?"
"……."
살기가 가득 담긴 눈을 이치마츠 앞으로 가져다 대었다. 우습게도 이치마츠는 '내 것'이란 말에 설레버리고 만다. 그것이 한심해서 이치마츠는 스스로에게 보내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카라마츠를 밀어내었다.
"난, 니꺼 아니야, 내가 뭘 하든 니가 신경 쓸 필요 없잖아"
"니가 거기서 활만 쏘는 게 아니라 몸 대주고 다니잖아"
"내가 몸을 대주든 말든 뭔 상관이야, 아픈 것도 나고 그 새끼들 정액 받아주는 것도 난데"
"시발, 몇 번을 말해야 들어 쳐 먹냐"
카라마츠는 양손으로 이치마츠의 목을 죄었다. 이치마츠는 이것이 좋다, 좋은 뜻이든 나쁜 의미이든 자신만을 향하는 눈동자가 사랑스럽다. 그 욕망에 부르르 떠는 검은 눈동자에 자신이 담길 때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해진다. 그런 스스로가 역겹고 더럽지만 사실이었다. 이럴 때면 이치마츠는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카라마츠에게 던지며 자해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말이든 내뱉어서 카라마츠을 약올려야만 하지만 지금 입을 떼버리면 당장이라도 사랑해달라고 울고불고 메달릴것 만 같아 입을 다물어야 했다. 카라마츠 또한 자신의 손아귀 안에서 부들거리며 떨고 있는 이치마츠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아 손에 힘을 풀어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멈추면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웃을 이치마츠가 싫어 손에 힘을 풀 수 없었다. 이렇게 끝까지, 돌이킬 수 없이 일이 흘러가버리면 어쩌나 싶지만 스스로가 왜 이치마츠의 걱정을 하는 지도 모르는 대다 이런 걱정을 초례해 버리는 제 안에 감정으로 뭐라 불러야 되는 지도 몰라 짜증난 그 간정을 그대로 이치마츠를 쥐고 있는 양손에 쏟아 부었다. 잘못했다고 빌기만 하면 끝나는 일일 텐데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괘씸해서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을 실었다.
"넌 내거라고"
"개소리"
카라마츠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두근거리면서도 조금이라도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섞여 이치마츠를 휘감아왔다. 거기에 좀 더 카라마츠가 자신에게 집착해주면 좋겠다는 혼란적인 감각이 이치마츠를 어지럽혔다. 그렇게 이치마츠는 혼란스러운데 그 혼란의 장본인인 카라마츠는 무슨 생각인지 쓰러지듯이 이치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떨어뜨렸다. 혀를 내밀어 목덜미를 몇 번 할짝이더니 이내 이를 세우고는 콰득 물어버린다. 입을 떼니 이치마츠의 어깨에는 선명하게 남은 이빨자국과 푸른색과 보라색이 얼룩진 상처가 생겨났다. 카라마츠는 엄지손가락으로 상처 위를 훑으며 옅게 웃음 지었다.
"개새끼냐? 왜 물어뜯고 지랄이야"
"학교 다니는데 목줄 같은걸 채울 수는 없잖아, 내거라는 증거"
피식 웃으며 카라마츠는 주먹을 들고 어깨나 가슴팍같이 도목을 입었을 때 잘 보이는 위치만을 골라 구타를 시작했다. 자신의 손이 스쳐 지나가면 금세 파랗게 물들어가는 몸, 마치 하얀 도화지에 색칠공부를 하듯이 푸른색과 보라색의 상처들이 하얀 몸 위로 피어올랐다. 그 상체에 자신들을 덧씌워서 의미를 부여하였다. 처음엔 파랗게 올라오다가 조금만 아물면 금세 보라색으로 덮여버리는 상처들, 마치 자신과 이치마츠의 상황과 닮아 있어 카라마츠는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짜증이 났다. 분명 이틀 전에 새긴 것이 분명한 멍자국은 겨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보라색으로 변해 버렸다. 그렇다면 다시 파랗게 물들여버리면 된다고 멋대로 생각하며 카라마츠는 상처가 나고 아물어 보라색의 멍이 들어버린 곳만을 노리며 연달아 주먹을 내질렀다. 윽윽 거리는 신음 참는 소리도 희미해질 쯤 카라마츠는 때리는 것을 멈추었다. 힘이 풀린 생기 잃은 눈동자와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다 터져 피가 흐르는 입술, 가학심을 자극하기 충분할 정도로 이치마츠의 얼굴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머리채를 쥐고는 입을 맞췄다. 나름 부드럽게 들어갔다고 생각하지만 입안의 상태가 상태인지라 이치마츠는 쓰라림에 신음을 흘렸다. 욕이라도 한바탕 부으려고 하였으나 말이 미처 나오기도 전에 카라마츠의 혀가 얽혀 들어가 입안에서 웅얼거리던 말은 공중으로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이치마츠의 입속에 들어온 혀는 치열을 훑고 지나가다, 상처부위를 집중적으로 핥아대며 부러 이치마츠를 자극하였다. 익숙지 않은 감각에 신음하는 이치마츠를 카라마츠는 가늘게 뜬눈으로 내려다보며 작게 웃음 지었다. 카라마츠 입안에 머금은 타액은 전부 이치마츠의 입안으로 흘려보낸 채 입술이 떨어졌다. 괴로운 표정으로 입술을 오물거리는 이치마츠를 재밌다 는 듯이 바라보며 카라마츠는 소매로 입가를 닦아내었다. 그런데 삼킬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치마츠는 입안에 있는 두 사람의 침과 제 입에서 베어 나온 피를 함께 뱉어내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 그러시나 몰라"
바닥에 진득하게 붙어있는 액체를 내려다보던 이치마츠는 고개를 들어 키득하고 웃으며 카라마츠를 조롱했다. 사실, 그 입맞춤에 가슴이 철렁했던 것을 숨기려 오히려 여유로운 척으로 위장하고는 턱을 들어 카라마츠를 내려다보았다- 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라마츠는 그런 조롱에 넘어가지 않고 이치마츠의 턱을 두 손가락을 잡아 내려내려 자신과 눈을 맞추도록 조정하였다. 그 때문에 카라마츠의 검은 눈동자에 이치마츠의 얼굴이 가득 비쳤다. 올곧이 자신만을 담고 있는 눈동자에 이치마츠는 또 가슴이 덜컥거리는 감정을 숨겨야 했다.
"잘 못했다고 빌어"
"나는 내가 뭘 잘 못했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몸 막 굴리고 다닌 거, 나 빡돌라고 지랄한 거 전부 다"
"내가 몸을 막 굴리든 말든, 무슨상관인데"
이치마츠의 건방진 언행에도 카라마츠는 옅게 웃으며 엄지로 이치마츠가 버릇처럼 깨물어 여러 번의 찢어짐과 아묾을 반복한 가엾은 입술을 쓸었다.
"잘못했다고 빌면... 조금 귀여워 해줬을 텐데"
'귀여워해준다.' 이치마츠는 이 말의 뜻을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사랑은 받을 수 없다는 것, 기껏해야 애완동물 취급의 사랑이리라 생각을 정리한 이치마츠는 자신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우습게도 그 말에 심장이 덜컥거렸던 자신을 키득거리며 비웃었다.
"네...쓰레기 같은 사랑은 필요..없어"
이치마츠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안 그래도 저음에 속하는 목소리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질질 끈다는 느낌이 짙어졌다 거기에 가쁜 숨까지 추가해서 뉘앙스는 충분히 야릇하여 당장 덮쳐져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임신, 해도 상관없다고.."
손이 이치마츠의 바지 속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카라마츠는 가느다란 이치마츠의 다리에 의해 걷어차져 뒤로 살짝 밀려났다. 아까의 분위기 덕분에 오늘은 얌전히 받아 줄거라 생각한 카라마츠의 착각이었다.
"내가 아파 뒤져도 니새끼 애는 안벨거야, 차라리 생판 처음 보는 새끼 애를 배고 말지 니 새끼 애는 죽어도...."
더 이상 말하기 힘든지 말을 잇다 말고 숨을 골랐다. 몸을 움츠렸다가 펴고 덜덜 떨며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자 의아해진 카라마츠는 자신이 너무 많이 때린 건가 생각하다, 히트사이클인것을 기억해내고는 아차하며 손을 떼었다. 예상대로 한심하다는 눈빛이 쏟아져 거슬리지만 그런 것을 씹어 먹을 정도로 상태는 심각해보였다. 약조차 먹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된 애무와 도 같은 폭력 속에서 이미 이치마츠의 이성은 한계에 다달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치마츠는 입술을 깨물고 신음을 꾹 참은채 달아오른 몸을 홀로 삭히며 카라마츠에게 비웃음을 담은 얼굴을 남겼다. 카라마츠는 머리로 한껏 오른 짜증을 식히려 한손으로 이마를 헤집었다. 쓰레기를 쳐다보는 듯한 눈빛,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풀어버린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실수 인척 다시 손을 대려고 주먹을 쥐어도 자구만 멈칫하게 되는 것에도 짜증이 솟았다
'좋아하는 사람은 소중히 다뤄줘야지-'
오소마츠의 말이 카라마츠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누가? 내가? 자신이 이치마츠를 좋아할 리가 없다며 계속 부정하며 고개를 내저었었다. 자금까지 계속 이치마츠가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짜증이 나고 가슴 한편이 아릿하다. 작은 행동하나에도 쓸데없이 놀라기도 하고 카라마츠는 그 모든 감정의 변화들을 묶어 사랑이 아닌, 소유욕이라고 이름 붙이고는 제 안에 이치마츠를 가둬두었다. 지금도 카라마츠는 문득 떠오른 오소마츠의 말에 고개를 내저으며 부정하고 있었다.
"내가 이딴 새끼를..."
카라마츠는 느릿하게 욕을 뱉으며 이치마츠의 목을 죄었다. 가늘고 하얀 목에는 항상 자신의 손자국이 선명하다, 그 퍼런 멍자국이 마치 스스로가 묶어놓은 목줄 같아서 마음이 편해졌다. 새 학기에 자신의 물건이 이름을 써둔 것처럼 누가 훔쳐 갈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며 만족했다. 조금이라도 자국이 지워지면 한손에 쏙 들어오는 그 목을 틀어쥐고 숨통을 죄었다. 자국을 남기기 위함과, 굴복을 받아내기 위함 두 가지 목적으로 하는 행위이지만 늘 하나는 실패하고 만다. 금방 만든 멍은 푸른색이지만 얼마안가 보라색으로 변해버린다, 그런 멍은 자신들과 닮았다. 언뜻 보면 제가 이긴 것 같지만 나중,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닌 시간이 지나서 바라보면 늘 이치마츠가 웃으면서 자신을 농락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가 없었다. 아무리 이치마츠를 굴복시키려 폭력을 휘둘러도, 늘 자신이 지고 만다. 손가락 인형처럼 이치마츠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것이다. 정작 카라마츠 본인의 손가락에 힘을 주면 이치마츠가 낮게 긁히는 소리를 내며 입술 깨문다, 그런데도 항상 자신이 진다. 최대한 고통을 참으려 애를 쓰는 얼굴, 작고 마른 주제에 나에게 이기려드는 모습, 그리고 늘 이겨버리는 승리의 미소,
곧 부서질 듯한 얼굴
그 얼굴에 카라마츠의 패배를 선고 하러 오는 것이다, 그런 표정을 지을 때면 이치마츠의 숨통을 죄이던 손은 그대로 카라마츠, 자신의 가슴을 짓눌러 왔다. 한 번도 승리를 내어 주지 않는 그 미소는 지금 조차도 카라마츠를 짓눌러온다. 때리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한 번도 이기지 못했지만 잠시라도 내가 이기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목을 조르던 손 하나를 바지 속으로 넣어 입구를 애무하듯 손가락을 움직이자 고통을 참던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흐른다. 그래 이 순간이다.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는 도중에도 신음을 참는 그 입술에서, 쾌락에 젖은 신음이 새어 나올 때 그때가 제일 짜릿하다, 반항을 하려는 듯 어깨에 작은 주먹이 닿았지만 힘이 실리지 못한 단순한 투닥임이었다. 그런 것 즘은 무시하고 손가락을 넣어버렸다. 나를 깔보려 일부러 높이 들었던 것이 분명한 고개는 쾌락에 떨며 바삭 붙은 내 어깨위로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치마츠의 예상을 벗어난 행동에 카라마츠는 잠시 멈칫하며 코끝에 스친 냄새를 찾아내다 포기하고는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하으...시발...죽...."
히트사이클 때문인지 더 잘 느끼는 듯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덜덜 떨며 카라마츠의 옷을 잡아당기며 끙끙거렸다. 그 모습은 무척이나 유혹적이라서 카라마츠는 당장이라도 하고 싶지만 아까 자신의 애만은 죽어도 배지 않겠다.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모습이 아른 거려 차마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이치마츠의 말을 되뇌이던 카라마츠는 정말로 자신은 그렇게 싫은 걸까 잠시 슬픈 얼굴을 하더니 감정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어버리곤 한다.
고민 끝에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려 넣었다. 이치마츠는 금방이라도 가 버릴 듯 한 얼굴로 카라마츠에게 안겨 있었고 작은 움직임에도 움찔하며 신음하는 모습이 미치도록 야릇했다.
"예쁘다.."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이었다. 어디가 예쁘다는 걸까, 쾌락에 젖어 끙끙거리는 모습이? 아니면 정신 못 차리고 손가락만으로도 가버리는 모습이? 카라마츠는 느릿하게 손의 위치를 바꿔 목을 죄던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었다. 검지로 천천히 입술 위를 꾹 누르다가 자신도 모르게, 문자 그대로 충동적으로 입술을 맞춰버렸다. 살짝 고개를 비틀어 입술을 핥아내던 혀는 쾌락에 젖어 벌어진지도 모르는 이치마츠의 입안으로 파고 들어가 입안을 여기저기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아까의 진득한 입맞춤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입안을 쓰다듬듯 숨을 불어넣고 혀를 깊이 빨아올리고 마치 이치마츠를 진정시키기 위해 하는 것 마냥 부드럽게 이어졌다.
"..하아..잠ㄲ..."
이치마츠는 말끝을 흘리며 살짝 카라마츠를 밀어내었다. 쾌감으로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부드러운, 그래서 마치 사랑까지 느껴지는 키스에 가슴이 뛰었던 자신이 한심한지 평소의 여유로운 표정도 지을 수가 없었다. 이유모를 눈물이 차오르려는 것을 힘겹게 참아내는 정도, 겨우 키스 하나로 이렇게 마음이 풀어질 수 있었다는 게 한심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치마츠가 밀어냈음에도 카라마츠는 다시 가가와. 드물게 글썽거리는 이치마츠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스스로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듯 , 평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매일같이 이치마츠를 때리던 손으로는 소중하게 얼굴을 감싸 쥔 채 입을 맞췄다. 지금 이 순간 카라마츠의 머릿속에는 그저 이치마츠가 예쁘다는 생각 뿐 이었다.
"...하으,"
바지 속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카라마츠의 손가락이 어느 부분을 찌르자 이치마츠는 우는 소리를 하며 어깨위로 쓰러지며 발끝을 모았다. 본능적으로 카라마츠는 그곳만을 반복하며 찔러대었고 잠시 이치마츠는 사정을 하며 툭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하 시발"
그제야 문득 정신이 든 듯 카라마츠는 기절한 이치마츠를 의자에 기대어 놓고는 욕을 읊조렸다. 지금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떠올리며 후회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희미하게 기억하는 이치마츠의 울먹이는 모습과 처음으로 본 풀어진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까지 이치마츠의 히트사이클을 많이 봐왔지만 이런 모습을 본적은 처음이었다. 발정이 심한 편도 아닌 이치마츠는 늘 맞고 당하면서도 여유롭게 웃으며 자신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날렸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떠올리자 지금가지 이치마츠와 관 계후에 가지는 답답함도 나타나지 않은 채였다. 카라마츠는 물티슈로 자신의 손과 이치마츠의 뒷처리를 한 후 흘러내린 이치마츠의 도복을 바로 입혀주고는 잠시 얼굴을 바라보았다.
'좋아하는 사람은 소중히 다뤄줘야지-'
"시발"
오소마츠의 말이 카라마츠의 복잡한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와 울려왔다. 관계중 들었던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방금 전의 키스의 감각을 정리한다면, 그리고 지금 드는 얽힌 실뭉치 같은 감정을 풀어낸다면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아무리 도리질해도 이것은 어절 수 없는 사랑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오소마츠의 멱살을 쥐고 흔들어도 시원찮을 것 같아 짜증을 내면서도 손은 이치마츠의 머리를 부드러이 쓰다듬었다. 역시 카라마츠의 마음 한켠이 간질간질하다. 그러나 후회는 해도 늦은 감정이었다. 카라마츠는 과거의 자신을 자책하며 창백한 이치마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런 짓을 하고도 사랑한다고 뻔뻔한 소리를 내뱉을 수 있을까' 카라마츠는 느릿하게 입 꼬리를 올려 웃으며 한숨 쉬었다. 이기적인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답은 정해져 있었다. 기절한 이치마츠를 업고 학생부실을 빠져나왔다. 하교시간은 한참 지난 뒤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적어도 학생부실에서 이런 행위를 했던 것만은 비밀의 부칠 수 있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업고 학교를 나와 집으로 걸어갔다. 워낙 마른 이치마츠이기도 했지만 업고 보니 새삼스럽게 다시 깨달았다. 과할 정도로 가볍다. 성인에 가까운 고등학생의 무게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무게였다. 이렇게 아플 동안 자신은 무엇을 했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이토록 앓게 만들었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하늘같지만 그런 사과를 받고 나서의 이치마츠를 생각하면 도저히 입을 뗄 수가 없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어떤 말로 나를 경멸할지, 이런 상황까지 끌고 온 것은 틀림없는 자신이지만 이치마츠가 자신의 손을 떠나버릴까, 더 이상 잡고 있을 수조차 없을 까봐 사과해버리면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꿈결처럼 사라져 버릴까봐 카라마츠는 목끝까지 차오른 미안하다는 말을 삼켜야 했다.
"..카라,,,마츠..."
카라마츠의 등에 기대어 작은 새 마냥 자고 있는 이치마츠의 잠꼬대는 카라마츠의 이름이었다. 그 목소리에 한번, 뒤돌아본 얼굴에 드리워진 기다란 속눈썹의 그림자에 두 번, 코를 찌르는 달콤한 향기에 세 번, 카라마츠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당연하게도 겉으로 티는 내지 않고 그 더러운 인상만을 유지 하고 있었으나,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우습게도 한번 사랑 스럽다고 생각하니까 평소 자신이 짜증난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카라마츠는 유리로 만든 꽃같다- 라고 생각하며 웃음 지었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뺨으로 따듯한 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어쩌다 이렇게 꼬여버린 건지, 자신의 손으로 배배 꼬아버린 이 관계의 속을 들춰버리니 스스로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
"...좋아해"
카라마츠는 고개를 숙인채 나지막히 이치마츠에게는 닿지 않는 말을 중얼거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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