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선악과

  • 윤또늬긔여어
  • 2016년 3월 13일
  • 3분 분량

쵸로이치 전력

선악과

인간에게 금지된 열매

인간이 먹어서는 안 되는 세상의 진리를 알게 해주는 신의 음식

선과 악 세상을 이루는 두 가지의 진리 너와 나를 비유하자면 신이 그토록 경멸하는 악일까

어둡고 어두워서 그 진득한 어둠에 홀려 들어갈 것 같은 그런 어두운 밤이었다. 그런 어둠속에서 이치마츠와 쵸로마츠는 희미한 가로등불 아래의 낡은 벤치에 앉아 일부러 진 가위바위보의 벌칙으로 붕어빵 한 봉지를 품에 안고 살이 에어버릴 것 같은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장갑도 끼지 않은 손을 붙잡고 있었다.

쵸로마츠는 고개를 꺾어 아래만을 쳐다보는 이치마츠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추위에 코끝이 얼어 빨갛게 닿아 있었지만 쵸로마츠의 눈에는 마냥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몇 번이고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얼굴을 쓸던 시선을 옮겨 마주 잡은 손을 눈에 담았다. 분명 잡고 있지만 꽁꽁 언 손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림 같은 이치마츠의 얼굴과는 다르게 촉감만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닿아있지만 닿을 수 없다. 가깝지만 멀다.

신이란 게 있다면 나는 그 분을 미워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는데, 하다못해 형제라도 아니었다면, 쵸로마츠는 듣는 사람 없는 기도를 올리며 이치마츠 몰래 입술을 깨물었다. 우리는 언제 당당해 질 수 있을까, 내 사랑이 어제쯤 인정 믿을 수 있을까, 남자, 그리고 가족. 금기란 금기는 모조리 다 깨뜨려 버린 내 가여운 사랑이 언제쯤 위로 받을 수 있을까,그리고 쵸로마츠는 또 기도를 올렸다.

이치마츠는 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눈치 채었다. 꽁꽁 얼어버린 탓에 감각이 예민해져 작은 움직임도 눈치 챌 수 있다. 이치마츠는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 미약한 힘으로라도 쵸로마츠가 불안에서 벗어나도록, 쵸로마츠는 이치마츠와 단 둘이 있을 때에는 곧잘 이러곤 하였다. '평범'을 동경했던 쵸로마츠에게 자신의 마음은 죄악이었을 것이다. 삼남이라는 어설픈 중간 자리와 어중간한 성적, 늘 어설펐다. 형제 중 유일한 상식이지만 그 마저도 어설펐다.

정적만이 감돌던 중 쵸로마츠는 손을 놓고 이치마츠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이치마츠"

발끝을 바라보던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려 쵸로마츠를 바라보았다. 쵸로마츠는 팔을 벌려 품안 가득 이치마츠를 낚아 챈 뒤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눈 안 가득 들어오는 보라색과 초록색

"이치마츠, 너는 보라색이고 나는 초록색이야. 사과로 비유하자면 나는 덜 익은 사과, 너는 독 사과."

이치마츠는 왜 갑자기 사과이야기를 하는 걸까 하다. 자신들의 색으로 이내 납득하였다. 남들은 구별해내기 쉽지 않은 쌍둥이이기 때문에 나름의 구분방법이라고 내세운 것이 색깔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커 와서 어느 샌가 당연하다고, 묘하게 강박증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색이 쵸로마츠의 비유와 얼추 맞다는 것을 상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이걸 성경에 대입하면, 나는 어설픈 선이고 너는 완전한 악이지. 그래서"

말끝을 흐리며 쵸로마츠는 더욱 세게 이치마츠를 안아왔다. 이야기는 끊겼고 다시 쵸로마츠의 입이 열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완벽한 사과가 될 수 없어, 우리는..."

잠시 후 이치마츠에게서 떨어진 쵸로마츠는 벌게진 눈을 깜빡이며 서글프게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내가 나쁜 거야.."

쵸로마츠는 얼어 감각도 없는 손을 뻗어 이치마츠의 턱을 쥐고는 그대로 입을 맞췄다. 마치 천벌처럼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와는 달리 따듯한 입술과 입안 그리고 겹친 뺨위로 따듯한 눈물이 흘러 이치마츠의 얼굴을 적셨다. 서러운 키스였다. 서럽고 서러운 자신을, 서로를 위로하듯이 혀를 움직여 입술을 쓸고 혀 밑을 더듬었다. 마치 성수라도 되는 것 마냥 서로의 타액을 받아 마셨다.

입술이 떨어지니 이치마츠도 쵸로마츠도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눈물로 젖은 얼굴로 서로를 자라보다. 피식, 쵸로마츠가 먼저 체념한 듯 웃어버렸다. 이치마츠는 그 웃음에 새삼스럽게도 자신들의 사랑이 가엾다고 생각했다. 너도 사랑일 텐데, 우리들이 낳은 사랑일 텐데. 언제 고아가 될지 모르는 가엾은 사랑이구나. 어느새 고인 눈물을 이치마츠는 서슴없이 흘려보냈다. 아까 자신보다 더 섧게 우는 이치마츠를 보며 당황하던 쵸로마츠는 이치마츠의 머리를 끌어당겨 제 품에 넣었다. 좁은 어깨가 가늘게 떨려왔지만, 그 어깨를 안을 수도 있지만 위로의 말은 건넬 수 없는 처지라 그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이치마츠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미안 이치마츠, 멋대로 너를 원하고 있어서, 그렇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미안... 미안...."

위로의 말은 한 마디도 꺼내지 않은 채 그저 애처로운 사랑의 비명과 미안하다는 사과만 내뱉었다.

"미안,...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설픈 내가 너를 사랑해버려서.."

한마디 한마디 이치마츠에게 하는 것인지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쵸로마츠는 계속해서 뱉어내었다. 잠시 훌쩍이던 이치마츠는 쵸로마츠의 옷깃을 한번 꼭 쥐고는 손을 놓았다. 얼굴에는 운 흔적이 가득했지만 누에 고인 눈물은 그쳐 있었다. 더 이상 울 수조차 없는 것이다. 자신들이 낳은 사랑, 그 존재 자체가 금기란 것을 알고 있는 둘은 더 이상 울 이유조차 없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형제를 가슴에 품은 자신들의 잘못이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 쵸로마츠는 일어나 주머니에 손수건을 꺼내 이치마츠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눈가가 아직 발갛지만 추위 때문이라고 얼버부릴수 있는 정도가 되었을때 쵸로마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들어가자"

손을 내밀며 쵸로마츠는 웃었다. 이치마츠는 무표정하게 그 손을 잡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 ㅐㅇ각보다 가깝다고 생각하며 길을 걸었다.

*

"형은?"

"난 담배 한대만 피우고 들어갈게"

"..응"

집으로 들어가는 이치마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냥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담배를 하나 꺼내 잇새로 끼운 후 불을 붙였다. 타들어가며 연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허망해서 웃음까지 나온다. 마치 나의 이야기 같아. 허공에 대고 연기를 훅 내 뿜은 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치마츠. 아담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선악과를 먹었어, 왜인지 알아?"

난 알 것 같은데

-끝-

댓글


 THE ARTIFACT MANIFAST: 

 

This is a great space to write long text about your company and your services. You can use this space to go into a little more detail about your company. Talk about your team and what services you provide. Tell your visitors the story of how you came up with the idea for your business and what makes you different from your competitors. Make your company stand out and show your visitors who you are. Tip: Add your own image by double clicking the image and clicking Change Image.

 UPCOMING EVENTS: 

 

10/31/23:  Scandinavian Art Show

 

11/6/23:  Video Art Around The World

 

11/29/23:  Lecture: History of Art

 

12/1/23:  Installations 2023 Indie Film Festival

 FOLLOW THE ARTIFACT: 
  • Facebook B&W
  • Twitter B&W
  • Instagram B&W
 RECENT POSTS: 
 SEARCH BY TAGS: 
  • Twitter - Black Circle

© 2023 by The Artifact. Proudly created with Wix.com

  • Twitter - White Circle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