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 윤또늬긔여어
- 2016년 3월 13일
- 6분 분량

※이글은 성정은 밀알님의 포이즌 마츠썰을 제 나름대로 해석해서 쓴것입니다.
중독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별한 사람은 있길 마련이다. 물론 타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만 스페셜리스트이다. 본인 입장에서는 그저 떨쳐낼 수 없는 저주 같은 것이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알리가 없다. 이 각인 같은 능력이 본인을 얼마나 갉아먹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끔찍한 경험을 해야 하는지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태어나서 부터 제대로 된 생활을 해본 기억이 없는, 둘은 다른 사람이며 살아온 환경도 달랐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둘은 닮아 있었다.
첫만남은 단순한 파트너 였다. 일을 위한 파트너, 이름도 능력도 비밀인채로 처음 만났다.
"이치마츠입니다."
"쵸로마츠입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며 예의상 손을 내밀법도 하건만 둘은 그 누구도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다.
"거, 예의상 손을 악수같은건 하지 않는겁니까? 물론 내밀어도 잡지 않을 거지만"
이치마츠가 먼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유난히도 낮은 목소리가 울리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쵸로마츠는 눈 하나 꿈쩍 하지도 않고 턱을 괴며 말했다.
"그쪽도 그렇게 예의있는 말투는 아닌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손 잡으면 후회합니다?"
"글쎄요, 후화하는건 그쪽일까 내쪽일까?"
서로 서로 노려보며 팽팽한 신경전을 계속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손에 닿으면 저 녀석 죽겠지'
지금가지 자신의 손에 죽어버린 소중한 사람들과의 기억이 뒤틀어놓은 약간의 배려였다.
"그래서? 그 쪽은 뭔가요? 경호원 아님 사무비서?"
쵸로마츠는 장갑을 낀 자신의 손을 숨기고는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예쁘장하게 생긴게, 어디가서 많이 홀리고 다녔을 텐데, 어째서 나와 일은? 궁금증이 들었다. 아쉽게도 만약 자기가 만질 수만 있다면 꽤나 귀여워 해주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이치마츠는 경호원이나 사무비서란 말에 무언가 알아챈듯 키득거렸다. 그리고는 쵸로마츠와 똑같이 장갑 낀 손을 내밀었다. 어차피 밝혀야 하기도 하고 이치마츠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웃었다. 가히 그 모습은 고혹적이었지만 딱히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 비밀을 알아버렸다는 승리감에서 비롯된 것이니
"아쉽게도- 저는 포이즌이라고 하는데, 그쪽은 뭐죠?"
잠시 쵸로마츠는 이치마츠의 손과 포이즌이란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똑같은 능력자, 그리고 종류가지 똑같은 독 계열 능력자 쵸로마츠는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 장갑 낀 손을 내밀었다.
"뭐- 비슷하네요, 베놈입니다"
이치마츠는 야하게 웃으며 악수를 하려다가 장갑의 중지 끝 부분을 이로 물어 스윽 벗겨내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새와 그 사이로 엿보이는 붉은 혀가 쵸로마츠로 하여금 침을 넘어가게 만들정도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 저리 야하게 생긴 사람도 있구나 쵸로마츠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치마츠가 장갑을 벗을 동안 쵸로마츠 또한 다른 손으로 자기 손에 장갑을 벗겨내었다.
손끝에 닿는 공기가 차갑고 이질적이다. 일 할 때 이외에는 장갑을 늘 빼지 않고 있어서인가 손에 닿은 공기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쵸로마츠는 내밀어진 이치마츠의 손을 잡았다. 손끝에 닿는 맨살의 감각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부드럽게 닿아오는 타인의 피부, 이치마츠의 능력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오랜만에 잡는 사람의 손이라서 그런것일까, 알싸한 감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런것은 이치마츠 또한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 능력을 쓰는 일도 많았기에 타인의 손이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따끔 거리는 감각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아마도 베놈 특유의 능력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것도 일 순간 얼마지나지 않아 저리는 감각은 사라지고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 차가운 피부의 감각만이 느껴질 뿐이였다. 이제 이쯤 하면 되었다라고 느끼며 쵸로마츠의 눈치를 살폈으나 쵸로마츠는 전혀 놓아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 작은 눈동자에서는 오히려 절박함까지 느껴져 살짝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인사는 여기서 그만 두죠?"
이치마츠의 권유에 쵸로마츠는 그제서야 눈빛을 지우고 평정심 있는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손을 놓았다.
"불행한 능력을 가지고 있네요, 몇살 때부터?"
"...8살"
잔인한 이야기다. 8살 때 베놈을 발견하다니, 자세한 상황은 저와 비슷하다고 추측한 이치마츠는 웃으며 묻는 것을 그만 두었다.
"잘해봐요, 어찌 되었든 파트너니까"
이치마츠는 한 마디의 말만 남기고 사무실을 쏙 하니 빠져나왔다. 홀로 남은 쵸로마츠는 이치마츠가 떠나간 문 쪽만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악수를 한 손을 제 뺨에 대었다. 아직도 남아 있는 이치마츠의 온기가 피부에 닿아 퍼져 갔다.
지지직하며 좋지 않은 소리를 내며 종이를 토해내던 팩스가 완전히 멈추자 채 잉크가 마르지 않은 종이를 뽑아 내었다. 한 다발은 되어보이는 종이 뭉치에는 어느 외국기업의 대표이사의 사진과 이러저런한 프로필이 적혀 있었다. 종이를 쓰륵 훑어보던 쵸로마츠는 목도리를 챙겨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어디가?"
어느새 이치마츠와 쵸로마츠는 말을 놓았다. 이치마츠쪽이 좀더 연하이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며 친구같은 호칭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죽이러"
"에?"
같은 독계열 능력자라도 그 방법은 너무도 달랐다. 쵸로마츠는 닿는순간 독이 빠른 속도로 스며들어 즉사에 이르게 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고 이치마츠는 페로몬 계열로 홀리듯 유혹하여 점점 병들어 죽이는 방법을 선호했다. 그렇기에 둘의 방식은 너무도 달랐던 것이다. 이치마츠의 방식은 쵸로마츠에게는 너무 답답했고 반대로 쵸로바츠의 방식은 이치마츠에게는 너무 극단적이였고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는 소위 옛날 방식이었다.
"그래도 뭣 좀 털어보면 나올거 아냐?"
"상관없잖아 그런 거 우리가 알아서 뭐하게?"
늘 이런식이었다. 사실 쵸로마츠는 이치마츠가 능력을 쓰지 않기를 빌었다. 쵸로마츠에게 있어서 이치마츠는 구원 그 차체였다. 유일하게 자신을 만질 수 있는 사람, 유일하게 자신이 부수지 않고 대할 수 있는 사람, 그만큼 이치마츠는 쵸로마츠에게 특별한 의미였기에 그런 이치마츠의 능력사용방식이 아니꼬왔던 것이다. 공유하는것이 싫었고 과정중에 이치마츠가 남들과 뒹굴고 다니는 것 또한 싫었다. 그래서 으래 이을 이치마츠가 알아채기도 전에 먼저 처리하고는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타이밍이 나빴다.
몇칠 뒤 이치마츠는 사무실에 파일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자 이제 니 차례야, 내일 저녁 7시 여기 있는 술집에 그 새끼 올꺼야, 거기서 만나기로 했거든 그런 그때 니가 나 패는 척을 해, 그러면 빡쳐서 달려들면 그때 죽-"
쵸로마츠는 이치마츠의 말을 듣다 자신도 모르게 이치마츠의 따귀를 때렸다. 바닥에 힘없이 넘어진 이치마츠를 보던 쵸로마츠는 눈물을 터트렸다.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을 소매로 벅벅 닦던 쵸로마츠는 이내 무릎부터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치마츠는 그런 쵸로마츠를 보며 의아해 하며 부은 뺨을 감쌌다. 왜 맞은건 저인데 울기는 지가 우는 건지
"...왜 그러는 건데..."
잔뜩 젖은 목소리로 쵸로마츠는 이치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왜 자꾸.. 난 너 밖에 없는데..."
"..무슨 소리냐"
쵸로마츠는 눈물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이치마츠 또한 예상하고 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야기 였다.
"..나, 8살때.. 우리엄마를..내가....죽였어, 손에 닿으니까...죽어버렸어"
조금은 아픈, 베놈만이 가질 수 있는 과거, 아무것도 제 손으로는 안지도 못하는 저주 받은 능력, 원하지도 않았던 재능을 가진 댓가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맨손으로.. 안을 수 있는 사람인데"
이치마츠는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말을 멈춰야만 했다. 비슷하다 생각했는데 자신과는 전혀 다른 타입이었다. 다른이에게 안겨야만 살 수 있는 포이즌과는 다른 베놈, 여기서 이치마츠는 지금까지 느꼈던 간절한 시선의 이유를 찾아내었다. 쵸로마츠에게는 이치마츠는 절실했다. 만질 수 있다는 감각이 주는 안정감은 이치마츠의 생각보다 훨씬 큰것이었다.
"...미안"
이치마츠는 혼란에 빠진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도망치듯이 나가 버렸다. 지금의 감정은 혼자 받아내기 벅찬 감정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이치마츠는 혼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처음에 드는 생각은 당혹감이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기쁨, 이치마츠는 지금껏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았다. 물론 제 능력 때문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몸을 원하는 사람 두 분류 였다. 그런데 자신은 쵸로마츠와 잔적도 없고 심지어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쵸로마츠는 나에게 빌고 있었다. 능력이 없으면 자신은 사랑받을 수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쵸로마츠는 달랐다. 섹스를 요구 하지도 않고 어쩌다가 한번씩 손을 잡을 뿐 그 이상의 스킨십은 가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손잡는 행위가 쵸로마츠에게는 절실한 것이었다. 당장 이치마츠의 머리로는 이해 할 수 없는 감정들이 숱하게 많았다. 그리고 그 감정을 받아버리면 자신이 버틸지 그것에 조차 확신이 들지 않아 받아들일 수 도 없는 채였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한 탓일까, 이치마츠는 까무룩 잡이 들고 말았다.
다음날 7시 아직도 머리가 아프지만 일은 일, 어쩔 수 없이 미리 나와 직접 보고는 전할 수 없을 것 같아 문자로 지령을 내린뒤 타겟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더, 여기-"
타겟이 이치마츠를 부르자 이치마츠는 해맑게 웃는것을 연기하며 뛰어갔다. 그때 골목에 숨어있던 쵸로마츠가 튀어나왔다. 여기까지는 이치마츠의 시나리오 대로였다. 그런데 쵸로마츠의 손은 이치마츠를 향한게 아니라 바로 타겟에게 향했다. 쵸로마츠의 손이 닿자 늙은 타겟은 무너지듯이 쓰러졌고 그대도 시체가 되었다. 주위는 완전 난장판이 되었다. 비병을 지르는 여자 부터 웅성거리는 사람들, 그 혼란을 틈타 쵸로마츠가 이치마츠의 멱살을 쥐고 차에 태웠다,
"미쳤어? 그렇게 눈에 띄게 죽이면 어떡해! 우리 정체는 극비인.."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이치마츠는 입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미안, 좋아해, 미안"
쵸로마츠는 입을 떼고는 다시 양 눈에 눈물방울을 데롱데롱 메달고는 미안과 좋아한다를 붙여 말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들은 나란히 서 있자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었다. 그리고 차에 시동을 걸고는 사무실에 도착 할 때까지 쵸로마츠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치마츠 또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입을 열었다가는 자신도 모르는 감정들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도착한뒤 차에서 내리자마자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입을 맞춰 왔다. 서로가 서로에게 절실한 만큼 혀를 얽어매고 꽉 끌어 안았다. 급한 몸짓으로 사무실로 들어가 소파에 겹쳐 누웠을 때야 입을 떼고는 이치마츠가 말을 꺼냈다.
"나는 10살때 능력을 발견했는데"
조곤조곤 담담한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간마다 쵸로마츠의 입맞춤이 다가와 숨을 멈추긴는 했지만 이제는 확실해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로 마음먹은 이치마츠는 말하는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좆같게도 나도 모르게 홀린 사람이 아빠였어"
친아버지를 홀리고 그 아버지에게 처음을 내 줘야 했다. 그때부터 자신의 능력은 이렇게 남들에게 안겨서 사용해야 한다는 이제와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을 구원받을 수 없다고 그렇다고 아버지를 미워 할 수 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이 저주받은 능력이 문제되었으니까, 쵸로마츠가 제 능력이 죽인 어머니에게 너무 약하다고 원망 할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더이상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는것이 싫어 스스로 집을 나왔다.
쵸로마츠의 맨손이 이치마츠의 옷속으로 들어왔다. 그 차가운 감각이 좋아서 이치마츠는 자신도 모르게 야릇한 신음을 흘렸다. 입고있던 셔츠의 단추는 어느새 다 뜯겨서 너덜해진채. 위 아래를 바꿔 누운다음 본격적으로 쵸로마츠느 이치마츠의 몸에 입을 맞추길 시작했다.
입술, 눈두덩이 뺨 이마 콧등, 턱밑으로는 목과 쇄골 가슴 옆구리 허니. 이치마츠의 어느곳도 쵸로마츠의 손과 혀가 닿지 못한 것은 없었다. 하얀 몸에는 깊게 빨아올려 만든 붉은 흔적들이 하나 둘씩 올라왔다. 벨트와 바지까지 모두 벗어버리곤, 남들은 닿는 순간 죽어버리는 쵸로마츠와 닿은 순가 홀려버리는 이치마츠가 빈틈도 없이 서로를 껴안아왔다. 서로의 몸에서 구원을 찾았다.
"..하아...해도..되?"
깊은 탄식과 함께 허락을 묻자 이치마츠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의 다리 사이에 단단히 자리를 잡은 쵸로마츠는 이치마츠의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 들었다.
"..읏.."
"아파? 미안..."
"하,.으읏... 병신아, 뭐가..으, 그렇게 미안해"
이치마츠는 쵸로마츠의 목을 끌어안았다. 가느다란 팔로 자해한 흔적이 가득한 쵸로마츠의 등을 토닥였다. 다 괜찮다. 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고 유일한 안식처였다. 사랑해줄수있다는게 사랑받는다는게 미치도록 행복해서 자신들의 세계를 끌어안았다. 평생을 부수고 살아왔던 그들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닉원, 혹여나 사라질까 둘은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 없는, 애초에 벗어날 생각조차 없는 마약은 서로였다. 중독, 마치 거미줄 처럼 서로을 옭아매었다. '사랑'이라는 허울좋은 동아줄에 매달리듯이 서로를 탐했다.
1.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2.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3.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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